'동물, 사람 공존하는 공간’…진양호동물원 확대 이전
'동물, 사람 공존하는 공간’…진양호동물원 확대 이전
진주시, 국내 유일 생태 동물원 조성...2026년 개원 목표
기존 동물원 부지, 친환경 숲속 테마공간 조성 예정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4.03.1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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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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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토요일 주말 진양호 동물원을 찾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은 연신 신기한 눈으로 동물들을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날 동물원 우리 앞에서 만난 박제영 씨(24)는 친구와 연신 ‘불쌍’하다는 말을 했다. 20평 남짓 되지 않은 철창 안에는 맹금류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독수리 두 마리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날개짓 조차 어려워 보였다.

호랑이와 반달 가슴곰도 무기력한 모습으로 등을 돌린 채 누워만 있다. 동물원을 찾은 한 아이가 아쉬운 듯 곰을 불러봤지만 미동 조차 하지 않는다.

한 관람객은 “진주 유일한 공영 동물원인데 시설과 환경이 너무 부실하다"며 “동물의 삶과 질을 높이는 환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양호 동물원은 매년 10만 명이 넘는 방문자가 다녀간다. 그러나 개관한 지 약 40년이 지나면서 부지 협소에 따른 동물 복지 실현의 한계와 시설 노후화로 인한 방문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진주시는 오는 2026년까지 진양호동물원을 확대, 이전해 서부 경남 유일의 생태동물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는 지난해 부지 보상과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마무리하고 올해 지방재정투자심사 의뢰 등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존의 동물원 부지에는 캐릭터 등의 스토리를 활용한 친환경적 정원이 있는 숲속 테마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 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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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수원보호구역 경계 정상화...도심공원 기능 회복

지난 1970년 남강댐 조성과 함께 진양호 관광개발사업을 통해 유원지로서 각광받았던 관광지 진양호동물원.

1974년 일본 나가사키현 지사가 진주시에 공작 9마리를 기증해 공작들을 수용할 사육시설을 판문동에 설치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 1976년 진주경찰서의 고라니 4쌍 기증 등으로 사육 동물 수가 증가하면서 1978년 11월에 진양호동물원이 설치됐다. 이후 여러 관공서에서 보유하고 있던 동물을 인수하거나 기증을 통해 전시동물을 확보한 후 1986년 1월 20일 진양호동물원이 정식 개원했다.

그러나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과 법 개정에 따라 진양호공원 중 동물원을 포함하는 0.206㎢ 구역이 55년 동안이나 개발 행위 등이 제한되면서 시설의 확충은 물론 숲 가꾸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진주시는 지난 2023년부터 관계기관과의 자문, 협의를 통해 올해 2월 진양호동물원을 비롯한 진양호로 빗물이 집수되지 않는 구역을 대상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을 변경(해제)해 진양호 상수원보호구역 경계를 정상화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진양호공원 구역이 50여년 만에 도심공원으로서 제 기능을 회복하는 전환기를 맞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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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경남 대표하는 생태동물원 조성...2026년 개원 목표

진주시는 진양호 동물원을 이전해 서부경남 유일의 생태 동물원으로 조성한다.

시는 올해 1월 말 진양호 동물원 이전 검토를 위한 지방재정투자사업 타당성 조사를 완료했으며, 3월 중 행정안전부에 지방재정투자 심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지방재정투자 심사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사업의 경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로 전문기관으로부터 경제성, 재무성, 정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진양호동물원 이전에는 투입되는 사업비는 총 480억 원. 현재 진양호 공원 정상부에 위치한 동물원은 서진주 IC와 가까운 진양호 후문 상락원 일원 산자락 계곡부로 옮긴다. 새 동물원은 현재 부지면적의 7배 정도인 29만여㎡에 조성될 예정이다. 동물 종 또는 개체 수는 기존 46종 276개체에서 55종 293개체로 많이 늘리지 않는다. 동물의 종과 수를 늘리기보다는 동물복지에 초점을 두고 개체 당 공간을 넓게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보호가 필요한 천연기념물 진양호 수달이나 반달가슴곰, 독수리 등 멸종위기종의 경우는 동물복지 실현에 부합하는 친환경 생태공간을 갖춘다. 여기에 야생동물을 서식지에서 보전하기 어렵거나 종 보존을 할 수 있도록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받아 전문인력을 통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국비도 확보할 계획이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쇼핑 시설 등 복합공간도 마련된다. 또 동물 치료 또는 치유를 총괄하는 선진국형 반려동물 종합지원센터와 동물치유센터, 동물 놀이터를 설립해 반려동물 복지 인프라도 구축한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진양호 동물원 이전을 완료한 뒤, 동물 모니터링 등을 거쳐 2026년 3월 개원할 예정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서부경남 유일의 공영동물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단순한 위락시설에서 벗어나 야생동물 등을 보전하고 동물의 생태와 습성에 맞게 조성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 동물원으로 만들겠다”며 “또 일자리 창출, 안정적 상권 형성 등 경제 부흥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