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냄비 속 개구리
뜨거운 냄비 속 개구리
  • 조현신 경상남도의회 의원
  • 승인 2023.08.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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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신 경상남도의회 의원
조현신 경상남도의회 의원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뿔테 안경을 쓴 나이 든 외국인이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눈은 어딘지 모를 허공에 박혀 있고 미간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조앤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이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이런 말을 한 것은, EBS 다큐멘터리 ‘K-인구 대기획 초저출생’의 제작진이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을 말해준 직후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본 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아시다시피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이고, 합계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미 2018년부터다. 통계청은 2년 뒤인 2025년에는 0.74로 또 떨어질 것으로 추계했다.

우리는 뜨거운 냄비 속 개구리였을까.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이야기지만, 오히려 낯선 외국인의 표정과 말로 다시금 심각성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관련 기사는 몇 주일째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상당한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사의 하단에는 또 다른 교수가 등장한다. 지난 5월 방한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이 ‘인구소멸 1호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제일 좋은 인생은 본디 난 대로 본성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일 게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근간 또한 그럴 것이다. 외국인에게는 ‘텃세’지만 우리 민족을 똘똘 뭉치게 만든 원동력이 분명히 있고, 남녀로 구성된 양친 가족을 기반으로 한 유교적 전통도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근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절멸될 인구 문제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소멸의 위기가 눈앞에 닥쳤는데,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우리의 합계출산율의 두 배가 넘는 프랑스(1.8)는 출산율의 절반을 훌쩍 웃도는 63.8%가 미혼모 혹은 비혼모 출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여러 이유로 ‘출생미등록’된 아동, 미등록 이주 아동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이들을 등록 아동으로 만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외국인으로 인구를 채워도 지방교부금이 주어지는 ‘생활인구’ 개념도 올해 초 도입되었다. 또한, 앞선 콜먼 교수가 ‘한국의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을 방법 속에 저출생 해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과감한 근로자 중심의 정책 도입도 필요하다.

요컨대, 우리 사회는 기존 전통적인 테두리를 조금씩 넓혀 여러 가지 형태의 인구와 출산, 그리고 정책들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속에서 서서히 뜨거워지는 온도를 느끼지 못하다가 임계점에 도달해서야 급히 튀어나오려고 해도 사지가 말을 듣지 않는 개구리처럼, 점점 달구어지는 온도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자각이 절실하다. 2년 뒤 통계청 추계 합계출산율 0.74 보다 높아지지 않는다면 앞선 노교수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완전 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