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 주세요
이름을 불러 주세요
  • 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 구성작가 박도영
  • 승인 2023.04.0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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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 구성작가 박도영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만으로 20년이 된 올해, 문득 이름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하며 이름 대신 “박 작가!”나 “작가님!”으로 불린 탓이다.

슬하에 자녀는 없으니 ‘엄마’라는 호칭이 없고 남편과의 대화는 굳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가능하니 내 이름을 들을 일이 거의 없다. 이름이 불리는 곳이라곤 병원이나 콜센터에서 걸려 온 전화 정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이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이름을 붙여 칭하고는 하는데, 성(姓)에 직책을 붙여 부르는 대신 이름에 직책을 붙여 부른다. 진주신문 최하늘 기자를 예로 들자면, ‘최 기자님’이 아닌 ‘하늘 기자님’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듣는 사람에게는 그 둘의 호칭에 큰 차이가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만의 사람들을 부르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처럼 습관적으로 이름과 호칭을 붙여 부르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회사 상급자에게 “○○ 부장님!”, “○○ 대표님!”이라고 불렀다가는 개념도 없고 예의도 없는 하급자가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내키는 대로 부르고 싶지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썩 편하지 않은 사이라면 아예 성과 이름을 모두 빼 버리고 직책만으로 부르는 게 가장 속 편하다.

다른 사람이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나’임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박도영’이라는 사람이 하나의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것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왠지 인생의 사명을 다하며 살고 있음을 확인받는 기분이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번쯤은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보자.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고 보람있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