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봇의 탄생
사과봇의 탄생
  •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 승인 2022.07.1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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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사람에겐 누구나 말버릇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가장 자주 하는 말, 필자의 말버릇은 “죄송해요.”다. 슬프게도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일 때문에 동료들과의 출장이 잦은 요즘, 다른 사람들과 통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됐는데, 친구로 지내는 동갑내기 동료가 농담처럼 이런 말을 던졌다.

“박 작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거, 진짜 죄송한 거 맞아?”

순간 당황스러웠다. 통화하는 모습을 몇 번 보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얼마나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했기에 그런 말을 했던 걸까. 겉으론 웃으면서 “몰랐어? 나 사과봇인 거. 뭐든 일단 죄송하고 보는 거야.”라고 대답했지만 나 자신을 사과봇이라고 인정한 꼴이 우습게 느껴졌다. 사과를 해야 할 상황에 놓여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일단 어떤 상황이든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우스운 꼴이라니.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마음에는 쫙 소리 나게 깊은 금이 생기는 것 같았다.

어릴 때는 다른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으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나 자신에게 상처를 받으며 사는 일이 많아짐을 느낀다.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모습에 충격과 상처를 받고 혼자 슬퍼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고 또 그 모습으로 살다가 또 현실을 확인하고 충격과 상처를 받고……. 일종의 ‘악의 고리’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자신을 괴롭히는 일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듯하다. 이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삶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임지기 힘든 모습과 마주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니 말이다.

누군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남들에겐 어쩜 그리 죄송할 게 많은지 모르겠지만, 남들에게 최대한 죄송하지 않게 살려고 더 노력해야겠다. 오늘부터 삶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본다. ‘남에게 죄송할 일 없이 살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