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십니까?
지금, 행복하십니까?
  •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 승인 2022.03.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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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각 나라별로 행복지수에 대한 순위가 발표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하는 '세계 행복보고서'를 통해서다.

SDSN은 2012년부터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의 3년 치 자료를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 순위를 매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늘 썩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왔다. 올해 성적은 146개국 중 59위다. 1위는 핀란드, 2위는 덴마크가 차지했고 미국은 16위, 일본은 54위를 기록했다.

각 나라별 행복지수가 발표되기 며칠 전, 대학원 강의를 듣던 중 교수로부터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좀 얼떨떨했지만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왜 행복하신가요?”라는 두 번째 질문이 돌아왔다. “고양이가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다른 학우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이어 갔고, 여러 가지 대답이 나왔다. 자녀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하지 않는 삶이 행복하다는 답도 있었고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어 불행하다는 답도 있었다.

여러 수강생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 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여러분의 대답 속에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왜 높지 않은지가 들어 있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이 날카롭게 꽂혔다. “행복의 주체에 ‘나 자신’이 없어요.” 정말 그랬다. 누구도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는데, 행복의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니! 이 같은 현상은 우리 몇 명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는 설명도 큰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행복지수 1, 2위를 다투는 국가의 사람들은 행복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내가)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내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산책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아주 단순한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비결은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었다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뻔한 말 속에 정말 해답이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고 있어서’라고 바꿔 보았더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행복 속에 ‘나’를 집어넣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역시 내가 있어서 느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행복은 성큼, 내 곁으로 다가온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