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망상을 해도 좋다, 사람이니까
가끔은 망상을 해도 좋다, 사람이니까
  •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 승인 2021.11.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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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사람들은 AI가 인간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위기감을 느낀다. 당장 일자리가 없어져 밥줄이 끊길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고 영화에서처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허황한 생각, 어이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로봇을 도입한 무인 매장들에는 사람 직원이 필요하지 않고, 사람만의 영역이라고 자부하던 창작마저도 AI의 실력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인간의 감정을 학습할 수는 있으니 점차 사람과 AI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이 AI를 만들었으니 결코 사람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AI의 모든 기능을 사람의 머릿속에 담을 수 있다면, 그래서 껍데기인 몸만 사람의 것이고 뇌의 모든 영역을 AI가 지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필자에게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당장 “그렇게 해 주세요!”라고 외칠지도 모른다.

사람의 신체와 AI의 능력,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모든 걸 기계적으로 학습하고 그 결과물을 필요한 곳에서 적절히 출력하며 산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소소한 감정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기계적인 옳고 그름만을 따져서 산다면 그만큼 편한 삶도 없지 않을까? 아마도 감정적인 이유로 쓸데없이 고민하고 마음 쓰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좋아하는 노래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애절한 가사를 담은 곡이 있다. 알레그로의 ‘공전’이라는 노래다. 한 번 듣고도 잊을 수 없었던 가사, ‘차라리 심장을 뜯어 널 지울 수 있게 날 놓아줘.’ 정말 처절하기 그지없는 고백이다.

심장을 뜯어서라도 잊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에는 당신을 절대 잊을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AI라면 그동안 기록된 모든 안 좋은 기억 따위는 리셋 버튼을 한 번 클릭하는 것으로 모두 지워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AI가 참 부럽기 그지없다. 심장을 뜯어서라고 지우고 싶은 기억, 누구나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을 아픈 시간을 생각하면 AI의 삶만을 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진정한 망상의 시간이다. 괜찮다, 사람이니까. 가끔은 이런 망상을 하며 우리의 AI인 머리에 휴식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