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큰병되는 C형간염, 검진하면 완치가능
어르신 큰병되는 C형간염, 검진하면 완치가능
  • 조현진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승인 2021.09.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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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조현진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험하듯 감염병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것은 고령의 어르신 건강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국가에 속하고 점차 고령인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우리 진주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지역도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 구성비가 16.9% 로 점차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제 위드 코로나 시기로 접어들면서, 평소 생활 건강 관리를 통해 치명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령에서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다른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도 중요하다. 코로나 19 방역에 집중된 사이 관심이 더욱 줄고 소홀해진 감염병에 대한 관리도 재정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법정 제 3군 감염병으로 만 40~79세에 호발하는 C형 간염이 있다.

C형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의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감염되면 70~80%가 만성화된다. 예방 백신이 없고 대부분 무증상이라 감염자들은 자신이 C형간염인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심각한 중대 질환이 되었을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증상이 없어, 추정 환자의 약 10~20%만 치료를 받는데 이럴 경우 치료가 늦어 완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전파 될 수 있다. C형 간염은 손톱깎이, 면도기, 무허가 시술, 침술 등 혈액이 닿을 수 있는 도구 사용 등을 공유할 때 감염 위험성이 높아 일상 곳곳에서 지역사회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벌써 수차례 병의원 집단 감염 사태도 겪었다. 실제 C형간염 감염의 약 40%는 전파경로가 불분명하다.

다행인 점은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C형간염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주사제와 달리 약 5년 전 먹는 약이 개발됐고, 현재는 모든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형~6형)과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들도 하루 1번 약 복용으로 8주 치료하면 완치 가능하다. C형간염 단계에서 치료하면 간암 발생 위험을 70%나 감소시킬 수 있어,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하다.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어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최적이자 유일한 예방법이다. 항체검사를 통한 진단으로 검사 방법도 간단하다. 그러나 환자 대부분이 C형간염에 대한 인지가 없어, 자발적인 검사가 사실상 어렵다. 특히 우리 지역처럼 고령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더욱 개인의 자발적 검진이 쉽지 않다. 국가검진에 포함해 찾아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이미 질병관리청에서 2017년과 2020년에 시범사업을 진행해 C형간염을 국가검진에 도입했을 때 간경변증, 간세포암, 사망 등의 위험이 줄어 비용 효과성이 있다고 입증했다.

세계적으로도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까지 C형간염을 전 세계에서 퇴치하자는 목표를 세우면서 미국이나 일본, 대만,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국가차원의 지원을 통해 C형간염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움직임과는 반대로 우리 진주지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C형간염을 무료로 검사해주거나 검진을 독려하는 활동이 전무하다.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감염병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은 지금, 퇴치 가능한 감염병을 앞에 두고도 손 놓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코로나19로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C형간염은 전년대비 20.8% 증가했다. C형간염 조기 검진에 대한 경각심을 더 가져야 하는 이유다. 두 번의 시범사업에서 입증했듯, C형간염을 국가검진에 하루 빨리 도입하여 무증상 잠재환자를 찾고 지역감염을 막는 것은 진주 지역의 전문의로서 바라는 바이다. 지금이 바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다른 감염병이 없도록 C형간염 감염을 관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