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것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것들
  •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 승인 2021.05.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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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무심코 제목을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고 간 것들’이라고 쓰려다가 다급히 수정하면서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가긴 뭘 가, 아직도 징그러울 정도로 우리 곁에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최대한 빨리 저 제목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평화로운 일상을 잃었다. 치열하게만 느껴졌던 일상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마스크만이라도 벗고 다닐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마음마저 드는 와중에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 일상을 잠시 벗어나 누리는 여행의 즐거움 등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금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책 한 권은 거뜬하게 쓸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로 인한 상실감만을 느끼며 살기에는 우리의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지난 1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재택’이라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다. 꼭 업무와 관련한 것이 아니어도 흔히 ‘집콕’이라 말하는 집안에서의 생활, 코로나19의 유행 전까지 집은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경제적 활동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 되었다. 필자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황이 올 때마다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휴대전화로 사무실 전화를 착신전환해 놓고 재택근무를 했다. 프리랜서 작가로의 경험이 있어 재택근무가 익숙한 편이지만 사무실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며 가장 좋은 점은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늘 집에 혼자 두어야 하는 고양이를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아마 자녀가 있는 이들에게는 육아 걱정 없이(육아 부담과는 다르겠지만)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얻은 것, 서울 등 대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연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어 시간만 잘 맞추면 내 방에 편히 앉아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온택트’라 불리는 새로운 공연 문화는 그동안 먼 거리, 높은 비용 등에 부담을 느껴야 했던 많은 이들에게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연 주최 측이야 물론 직접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이 많을수록 이득이겠지만, 온택트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이 훨씬 많다. 그러나 굳이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것을 되짚어 보려는 것은 절망 속에도 작은 희망의 씨앗 하나 정도는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어서이다. 가장 큰 바람은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예전의 일상을 되찾는 것이지만 그 날이 올 때까지 마냥 슬퍼하고 괴로워만 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여전히 현재를 힘차게 살아내야 하기에 마음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가꾸어야 한다. 언젠가는 큰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는 날이 오기를, 그 열매가 코로나19 종식 후 찾아올 새로운 일상의 더 큰 희망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