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이젠 선택이 아닌 의무다.
장애인 고용, 이젠 선택이 아닌 의무다.
  • 김천수 진주시장애인체육회 이사·장애인고용매니저
  • 승인 2020.09.15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천수 진주시장애인체육회 이사·장애인고용매니저
김천수 진주시장애인체육회 이사·장애인고용매니저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 3년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낭비한 장애인고용부담금이 9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배준영 의원(국민의 힘)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전국 시·도교육청 연도별 부담금 현황 및 총액’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액은 전북교육청이 21억 31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도교육청이 16억 3307만 원, 서울시교육청이 15억 6349만 원, 전남교육청이 12억 2592만 원, 경북교육청이 8억 3097만 원에 이어 우리 경남교육청이 7억 139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야 할 교육 현장에서 이처럼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는 곳이 많은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는 민간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독려하거나 민간부문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은 50인 이상 기업(현재 민간 기업은 100 이상)이나 공공기관이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 의해 기준 미달 시 반드시 내야 하는 부담금으로 그동안 공공기관에 한해서는 유예기간을 두어 실제로 징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고용부담금 납부’ 조항이 신설돼 올해부터는 공공기관에도 장애인고용의무제도가 적용되고, 2021년부터는 부담금 징수가 시작된다.

따라서 장애인고용률이 낮은 교원·공무원 부문을 포함하여 공공기관에 대한 징수 금액이 수십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장애인고용부담금 문제가 공공기관의 큰 부담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또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제정한 국회도 장애인 119명을 의무고용해야 하지만 54명만 채용해 의무고용률 3.4%에 못 미친 1.37%에 그치고 있으니 장애인 당사자의 한사람으로서 딱히 뭐라 해야 할지 할 말을 잃고 있다.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다.

정부가 30여 년 전 장애인고용촉진법을 만들고 의무고용 제도를 도입한 것은 비장애인보다 취업에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의 고용 촉진을 위한 것으로 2020년 기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은 3.4%, 민간 기업은 3.1%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여야 한다. 만일 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고용부담금을 징수하는데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에 조성된 기금이 대략 1조 원 정도 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고용 문제는 해결방안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장애인 고용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만 바뀐다면 얼마든지 장애인 고용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하고 모든 사업장에서 1년에 1회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가 모두 함께 관심을 두고 접근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이미 조성된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재원으로 다양한 장애인 고용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비롯해 표준사업장 지원 등 사업주에게 필요한 다양한 제도와 근로지원인 제도를 포함한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획기적인 서비스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과 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 고용 문제에 사업주가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바로 장애인 고용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두텁기 때문이다.

지금 장애인복지정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사회 구현”을 지향하고 있다. 아울러 “탈 시설화”를 통해 중증(발달장애인 포함)장애인을 비롯해 장애인들이 시설에서의 보호가 아닌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장애인과 함께 사회 주역으로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힘든 시기에 고용에 있어 사회적 최약자인 장애인 고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마치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으나 어려울수록 함께 고민하고 나눈다면 초고령화 시대에 누구라도 「고령 장애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이 될 것이다.

작년 9월에 훈련생으로 시작해 지금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건물위생관리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는 어느 청각장애인 청년처럼 우리와 같은 지역사회에서 별다른 편견 없이 함께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가 많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