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만 먹는 진주시의회…16개월 간 식비 3여억 원 집행
‘밥’ 만 먹는 진주시의회…16개월 간 식비 3여억 원 집행
예산 집행 내역 2081건 중 식비 지출 948건(47%)
평균 월 2300만 원, 하루 96만 원을 식비로 사용한 격
업무추진비 사용 다각화, 외부 감사제도 필요성 제기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4.01.3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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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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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대 진주시의회 출범 이후 1년 4개월 간 예산 집행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총 2081건 중 948건(47%)이 ‘식비’로 지출된 것을 확인했다. 금액은 3여억 원에 달한다. 이는 매월 2300만 원 가량을 시민들의 세금으로 밥값을 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직무수행이나 의정활동을 위해 사용돼야 할 진주시의회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간담회, 현안 논의 등의 명목으로 둔갑해 대부분 ‘밥 값’으로 지출되거나 기관 내부 회식용 등으로 쓰이며 ‘나쁜 예산’으로 변질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외부 내방객에게 제공되는 방문 기념품의 대상이나 목적이 명시돼 있지 않고, 1인당 식사비용이 3만 원이 넘는 곳도 있어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주시의회 2023년도 의장과 의장단, 부의장 등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는 연간 93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월 의장 262만 원, 부의장 126만 원, 4명의 상임위원장 각각 86만 원, 예결특위원장 86만 원씩 각각 지급되고 있다.

업무추진비의 사전적 의미는 공무를 추진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법률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제2조에 지방의회 의장 등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규정돼 있다.

집행 대상은 △소외계층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시책 및 지역홍보 △문화예술 등 유공자 격려 및 지원 △회의ㆍ간담회ㆍ행사 △현장 근무자 격려 및 지원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유관기관 협조 △직무관련 통상경비 등이다.

실제 진주시의회로부터 정보공개 요청해 받은 ‘진주시의회 사무국 지출집행현황(2022년 7월~2023년 11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28개 항목에서 2081건, 39억7737만9790원이 집행된 것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식사 제공’으로 기재된 항목은 총 948(47%)건에 달하며, 지출 금액은 2억9780만5890원으로 나타났다.

식비를 제외한 33건은 축화 화분, 명절 직원 격려품, 기념품 구입 등으로 3254만7400원이 사용됐다. 하지만 기념품을 지급한 수령인 명단 등 증빙서류는 전혀 없다.

항목별로는 ‘의회운영업무추진비’가 720건(3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무관리비’ 491건(24%), 의정운영공통경비 271(13%)건 순으로 지출 비중이 컸다.

의장, 부의장, 각 상임위의 장에게만 지급되는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살펴본 결과, 지난 1년 간 진주시의회 의장 업무추진비 사용 건수는 총 197건, 4259만6240원, 부의장은 132건, 1907만6300원이 집행됐다.

상임위별 위원장들의 업무추진비는 총 380건으로 4257만4850원을 지출했다.

사용처는 ‘00한정식’, ‘00숯불갈비’, ‘00횟집’, 00장어 등 다양하지만 모두 식당이다. 일부 의원은 같은 식당에서 연이어 두 번 결제했는가 하면, 같은 날 식당 3곳에서 결제하기도 했다.

의회사무국장 역시 기관운영업무추진비 373만7500원을 ‘당면업무 추진 직원 노고 격려’ 등 의 목적으로 모두 식비로 지출됐다.

사용 목적은 하나같이 ‘당면업무사항 논의 후 식사제공’, ‘당면업무 추진노고 격려 식사’라고만 기재해 사용 대상자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식당의 한 관계자는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신다. 술값은 결제가 되지 않아 밥값으로 추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술 잔치를 벌여도 카드 영수증만 내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써야하는 업무추진비의 97%가 시의원들의 밥값에 치중되면서 시민 혈세가 쌈짓돈처럼 사용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금이 쌈짓돈으로 쓰이는 잘못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시민들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내역, 일자 등 알 수 없는 특수 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폐지되거나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 허 모(45. 금산면)씨는 “업무추진비는 밥값이라는 인식을 의원 스스로 버려야 한다. 업무추진비를 의정활동에 쓰지 않았다면 환수 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진주시의회의 업무추진비 관리 실태가 심각할 정도로 미흡하다. 전반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인경 진주참여연대 지방자치위원장은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식비에 치중됐다는 것은 시의원들의 활동이 그만큼 한정적이고 비좁다는 뜻”이라며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밥값으로 지출된 것이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됐는지가 중요하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서 누구와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있도록 명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방의회는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법, 감사원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자체 감사를 실시하거나 외부감사를 받도록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