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대표 지역어 ‘단디’, ‘에나’ 소멸 위기
진주 대표 지역어 ‘단디’, ‘에나’ 소멸 위기
초등생 80%, 중학생 60% 이상 전혀 사용 안해
‘단디’의 경우 전 연령층에서 40% 이상 사용
  • 최하늘 기자
  • 승인 2019.02.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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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에나’, ‘단디’ 등 대표적 언어들의 사용이 소멸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경상대학교(총장 이상경)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박용식 교수(국어문화원장)는 ‘2018년 국립대학 육성사업 지역 네트워크 사업-인문사회 분야 소셜랩’ 사업으로 진행된 ‘지역어 기초 조사 및 보존 방법 협의’로 ‘지역어 기초 조사 및 보존 방법’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다.

진주 지역의 초ㆍ중ㆍ고등학생과 대학생, 성인 등 모두 302명을 대상으로 서면 조사한 결과 진주의 대표적 지역어인 ‘에나’의 경우 초등학생은 80% 이상, 중학생은 60% 이상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에 이 사업에 선정돼 4명의 연구원(강현주, 박동한, 박성희, 김국진)과 함께 약 3개월 간 조사했다. 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지난 18일 오후 4시 진주시의회 기획문화위원회실에서 발표했다.

경상대학교, 진주시의회, 진주문화연구소, 역사진주시민모임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참여연대 조창래 상임대표, 진주문화연구소 남성진 소장, 진주시의회 허정림 기획문화위원장 등도 각각 ‘지역어 보존 방안, 지역어 보전의 한 사례(김수악 선생의 구술 녹음),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역어 관련 사업’ 등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박용식 교수는 지역의 대표적인 언어 표현과 어휘에 대한 사용 양상을 각 계층별로 조사했다.

‘에나’의 경우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각각 10% 미만, 20% 미만이 사용한다고 응답했고 고등학생과 대학생, 성인은 모두 30% 이상이 사용했다. ‘단디’의 경우 전 연령층에서 40%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공연히]를 뜻하는 ‘배끼’와 [겨우, 빠듯이]를 뜻하는 ‘보도시’는 초ㆍ중ㆍ고등학생은 거의 안 쓰거나 쓰더라도 10% 미만으로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대학생과 성인도 사용한다고 대답한 경우가 20%를 넘지 않았다.

지역의 대표적인 의문법인 ‘어디 가노? (많이) 무웄나?’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사용 비율을 보였으며 이와 같은 표현 대신 ‘어디 가?, (많이) 먹었어?’ 형을 전 계층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어인 ‘어디 가노?, (많이) 무웄나?’는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대학생과 성인들은 그 다음인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박 교수는 “우리 지역 학생들이 같은 동네에서 컸던 자기 또래들과 지낼 때는 거리낌 없이 사용하다가 사회에서 다른 지역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자기가 써 오던 말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표준어에 가깝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우리 지역에서 나서 우리 지역의 학교를 다니고 또 성장해서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우리의 지역어가 ‘선물’이 될 것인지 ‘장애’가 될 것인지는 우리 지역민들이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얼마나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역의 후속 세대들이 지역을 외면하면 지역의 미래는 없으며, 지역 학생들이 지역어 사용을 부끄러워한다면 그것은 교육과 행정의 실패이다. 진주도 늦기 전에 ‘지역어 부흥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