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서점
소문난 서점
  • 조현신(경상남도의원)
  • 승인 2024.07.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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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신(경상남도의원)
조현신(경상남도의원)

“조 의원! 커피 무로 온나.”

시의원 시절, 이무웅 대표는 나를 곧잘 책방으로 불렀다. 지역구이기도 하거니와 책방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좋아 다른 일 제쳐두고 달려갔다.

반듯하고 정연하게 눕거나 서 있는 책들의 숲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책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느릿하게 지나가는 듯 했다. 한 때 음악과 문학 애호가였던 내 앳된 마음도 그곳에서는 잠시나마 되살아났다.

그러나 다섯 번 가던 걸음이 두 번, 두 번에서 한 번, 그렇게 바쁘다는 핑계로 발길이 뜸해졌을 무렵, 이 대표는 지병인 파킨슨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2020년 세상과 작별했다.

진주의 대표적인 헌책방 <소문난 서점> 이무웅 대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소문난 서점>이 지금 폐업의 기로에 서 있다. 이 대표 작고 후 아내가 책방을 운영했지만 고령인데다 수십만 권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내게 좋은 시간을 선물한 이 대표에 대한 마음의 빚과, 책에서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념과 애정이 떠올라 폐업 위기 기사를 보며 한 동안 망연자실했다.

진주에서 64년, 결코 적은 세월이 아니다. 한 예로 서점이 보유한 5000권 남짓한 농대 교재들은 ‘교육도시’ 진주의 역사를 보여준다. 알다시피 경상대는 ‘도립진주농과대학교’가 출발점이다. ‘진주로 몰려드는 학생들이 리포트와 논문 쓰는 데 도움이 될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던 열일곱 살의 이 대표가 그려진다.

요즘 오래된 가게쯤으로 해석되는 ‘노포’ 식당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노포 헌책방’도 다시금 조명 받을 수는 없을까?

서울시가 ‘공공헌책방’이라고 표방한 ‘서울책보고(寶庫)’는 폐기된 업체 창고를 사들여 서울에 있는 헌책방들에서 모아온 책 13만 권을 전시·판매하는 곳이다. 책벌레를 형상화한 구불구불한 터널과 알록달록한 책들의 풍경이 입소문을 타고 드라마 촬영지로까지 사용되면서 ‘SNS 핫플레이스’이 되었고, 여기에 힘입어 고척돔 유휴공간에 2호점도 만든다고 한다.

경남에도 지난해 퇴직 교수들과 시민단체 원로들이 중심이 되어 공공헌책방을 제안한 바 있다. 교수 퇴직 시 연구실에 있던 수천 권 책들이 그냥 버려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이 제안의 시작이었지만, <소문난 서점>도 마찬가지 아닌가. 엄선한 서적을 매입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독자와 만나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 전 일 때문에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에 갔다가 뜻밖에 큰 깨달음을 얻은 바 있다. 결국은 기억과 기록의 싸움이라는 것. 기억과 기록의 행위가 과거만을 향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래는 얼마나 많은 기록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에 유휴공간은 넘쳐난다. 폐교도 여러 군데 있다. 진주시, 경남도, 교육청에 묻는다. ‘경남공공헌책방’ 1호를 만들어 지적인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칭송받을 생각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