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농사 부부의 ‘학이시습지’…끝없는 열정
딸기 농사 부부의 ‘학이시습지’…끝없는 열정
산청군 단성면 60살 박동영 씨, 57살 하만연 씨 부부
경상국립대 학위수여식에서 농학박사·석사학위 취득
“아는 것이 힘…딸기는 우리에게 물어보세요”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3.02.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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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리는 경상국립대 2022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와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박동영, 하만연 씨 부부. (사진제공=경상국립대학교)
24일 열리는 경상국립대 2022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와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박동영, 하만연 씨 부부. (사진제공=경상국립대학교)

산청군 단성면에서 18동의 딸기하우스를 운영하는 박동영(60), 하만연(57) 씨 부부는 오는 24일 오전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 GNU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2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각각 농학박사학위와 농학석사학위를 취득한다.

나이가 들수록 공자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는 박동영 씨, ‘배움은 끝이 없다.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라며 함께 만학의 길을 걸어간 하만연 씨 부부의 사연이 대학의 졸업 시기를 맞이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하동 출신인 박동영 씨는 1987년 2월 경남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창원에서 20여 년간 개인사업을 경영했다. IMF 외환위기 때 사업을 접고 아내의 고향인 산청군 단성으로 낙향했다.

농업 지식이 전혀 없던 박동영 씨는 경남농업기술원에서 개설한 농업마이스터과정에 1기생으로 등록해 딸기과정을 2년간 배웠다.

“딸기에 전념하면서 자가 육묘를 하는 과정에 변이 딸기(만년설)가 발견되어 국립종자원에 국내 1호 흰딸기로 등록했습니다. 이때 좀더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육묘를 연구하기 위해 경상국립대 대학원 문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박동영 씨가 2018년 경상국립대 대학원 작물생산과학부 원예학전공에 입학한 사연이다.

“농사를 생업으로 하면서 고달픈 몸으로 주경야독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딸기는 농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작물입니다. 몇 번이고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아내와 함께 학업을 하면서 서로가 의지하고 격려하며 꿋꿋이 헤쳐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산청 출신 하만연 씨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51살에 경상국립대 식물과학과에 진학해 2021년에 졸업하고 곧바로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리포트 제출, 세미나 프레젠테이션 발표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적 부담이 커서 힘들었다”라고 말하는 하만연 씨는 “늦은 나이에 학부에서부터 함께 공부한 동기들과 대학원에 진학해 늘 소통하면서 강의 마치고는 간단히 차도 마시며 엠티 다닌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한다.

하만연 씨는 “세상이 급변하는 시기에 다양한 지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는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는 시기에 살고 있다”면서 “남보다 앞서가지는 못할지라도 나란히 발은 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박동영 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딸기 3품종의 성숙 단계에 따른 호르몬과 단백질체의 발현 차이(Difference in Expression of Hormone and Proteome according to the Fruit Ripening of Three Strawberry Cultivars; 지도교수 강남준)’이다.

딸기 3품종(만년설, 설향, 파인베리)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호르몬의 변화를 분석하고 각종 단백질을 분리 분석한 내용으로 ‘만년설’ 딸기의 유용한 성분을 검증하기 위해 ‘설향’과‘ 파인베리’를 대조군으로 활용했다.

하만연 씨의 석사학위 논문은 ‘과실의 색이 흰색인 파인베리 딸기 품종을 이용한 딸기 신품종 육성(Breeding of New Strawberry Cultivars using 'Pine berry' Variety with White Fruit Color; 지도교수 강남준)’이다.

과실이 희고 향기가 좋은 ‘파인베리’와 과실의 당도·경도가 높은 ‘매향’을 모본(母本) 또는 부본(父本)으로 해 과실의 색이 희고 품질이 좋은 새로운 딸기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실험한 내용이다.

딸기 농사를 짓는 부부에게는 대학에서 공부한 이론을 실제 농사에 적용하고 영농 과정에서 생긴 의문을 강의실에서 풀어가는 과정이었다.

농사와 학업을 병행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부부가 함께했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아들 또래의 학생들과 동고동락한 시간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부부에게 박사, 석사학위 취득은 끝이 아니다. 박동영 씨는 “대학원에서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지도로 실무에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기술도 섭렵했다”면서 “조만간 연구실을 열어 각종 육묘 연구는 물론 새로운 품종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즐거움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20여 년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터득한 농사 기법과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농가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하고 알찬 내용으로 농가나 배우고자 하는 농업인 학생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고 싶다”라는 포부도 밝혔다.

박동영, 하만연 씨 부부는 지도교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박동영 씨는 “논문을 쓰면서 힘들어할 때 옆에서 지도해주신 강남준 지도교수님과 학과 대표 정현우 학생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고 하만연 씨는 “지도교수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고 강조하는 부부에게는 농업이 천직이고 공부가 취미이다.

딸기는 생업이자 축복이다. 큰아들이 부모와 함께 딸기 농사를 짓고 있고 큰딸은 올해 경상국립대 대학원 원예과학부에 진학할 예정이어서 ‘고학력 딸기 가족’의 탄생이 멀지 않았다.

부부의 지도교수인 강남준 원예과학과 교수는 “고생 끝 행복 시작, 두 분의 학위취득을 축하드립니다. 학위과정 중에 보여준 농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잃지 말고 더 앞서가는 농업인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이들 부부의 학위취득을 축하하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