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 논란에 지역 정치권 공방
경남도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 논란에 지역 정치권 공방
부울경 메가시티는 실익 없어…3개 광역시‧도 행정통합제안
국힘 도의원, 진주시‧사천시‧의령군 “부울경 행정통합 지지”
민주당 도의원들 "여론 무시, 도의회 의결 뒤집는 행위“
김경수 전 도지사 ‘부·울·경 행정통합 대응방안’ 옥중서한 공개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2.09.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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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일 진주시장(사진 왼쪽)과 박동식 사천시장이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사진 왼쪽)과 박동식 사천시장이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실효성에 대해 지역발전에 실익이 없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하고 3개 광역시도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이에 국민의힘 경남도의회 도의원과 서부경남 지자체들도 박 지사의 행정통합 추진에 같이 입장을 보이며 힘을 실었다.

지난 22일 경남도는 '부울경 행정통합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은 시대정신이자 윤석열 정부의 역점과제"라며 "민선 8기 경남도지사 취임사를 통해서도 강조되었듯이 경남도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 자치단체로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남도와 경남연구원은 민선 7기 경남도가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경남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지역소멸 위기를 가속화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특별연합을 백지화하는 이유로 △특별연합의 설치 근거만 있고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점, △경남의 18개 시·군 중에 2~3개 지역 외에 대부분이 소외된다는 점, △경남의 4차산업 경쟁력 강화 및 기존 산업의 구조 고도화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 등을 꼽았다.

이에 “부산·울산·경남 지자체는 그대로 두고 '부울경 특별연합'을 통해 부울경 인접지역의 사업 일부에 한해서 협력하는 공동사무 처리 방식은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경남 발전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실체와 실익이 없는 ‘부울경 특별연합’의 과정을 생략하고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도는 이어 “부산과 울산은 원래 경남도의 한 지붕 아래에 있던 식구였으며, 과거 집약적인 산업화의 시기에는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각자도생 하는 것이 유리했다”며 “오늘날 부울경의 급격한 인구감소, 산업구조 변화 및 쇠퇴, 지역소멸 등의 총체적인 위기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배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으로 인구 800만, GRDP 272조 원의 경제규모로 서울 등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춰서 수도권 일극체제가 아닌 양극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쉽지 않은 험난한 길이지만 우리 부울경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자, 경남도가 그 길을 앞장서서 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박지사가 제안한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 조영제 원내대표 등 10여 명은 지난 23일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에 대응한 부울경 초광역협력은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길은 일부의 의지로 추진된 특별연합이 아니라, 도민 다수가 원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박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날 도의원들은 “지난 2월 14일 제11대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근거가 될 규약 마련을 반대했다”며 “특별연합 추진 주체가 될 제12회 의회가 구성된 후에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엇에 쫓기듯, 문재인 정권과 민선 7기 막바지에 다수의 힘으로 의결을 강행한 결과가 옥상옥의 불완전한 조직인 지금의 부울경 특별연합”이라며 “막상 출범해 보니 우려한 대로 행정·재정적 권한은 고사하고 알맹이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50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예산, 140여 명의 인력 소요 등 막대한 행정비용만 가져올 것이 불 보듯 하고 경남도에는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아쉬움만 가득하다”라며 “향후 경남의 100년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를 새로운 도정 집행부와 도의회가 내용을 살펴보고 이행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도민만을 바라보고 부울경이 미래로 비상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수도권에 대응한 부울경 초광역협력은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26일 진주와 사천, 의령 등 서부경남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박완수 경남지사가 제안한 부울경 행정통합을 지지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김경수 도정에서 추진하던 '부울경 메가시티'는 서부경남을 소외시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정책이었다"며 “부산·울산과 추진하려던 공동사업 대다수는 수혜지역이 동부경남에 치중돼 경남 전체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되는 부울경 광역특별연합은 서부경남지역에 대한 발전전략이 포함되기보다는 경남도라는 광역자치단체 위에 '옥상옥'의 행정기구를 만드는 구조에 불과하다"며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를 실천하면서 동시에 경남의 균형발전을 이뤄 내기에는 부울경 행정통합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박동식 사천시장도 이날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우주산업 중심도시인 사천시는 행정통합으로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춘 부울경이 탄생하면 분명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박 지사의 편을 들었다.

오태완 의령군수도 입장문을 통해 "지금의 부울경 특별연합은 지난 정권에서 시장·군수 의견 수렴은커녕 도민 의견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한 메가시티"라며 "농촌지역의 소멸 위기를 가속하는 특별연합 반대 선언에 동의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면,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과 일부 도의원 등은 경남도의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 제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22일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류경완(남해), 손덕상(김해8), 한상현(비례), 유형준(비례) 경남도의원은 22일 도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완수 지사는 ‘특별연합에서 경남은 빠지겠다’고 사실상 공식 선언했다”며 “메가시티는 하겠지만 특별연합은 못 하겠고, 대신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라는 모순된 주장으로 도민들을 당황하게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4월 부울경특별연합의 규약안이 부산·울산·경남 시·도의회에서 모두 통과됐으며, 특히 그 중심에 ‘경남’이 있었다. 이것은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해내지 못한 것으로, 경남도가 이뤄낸 전국 첫 번째 성과였다”며 “박완수 도지사는 이를 하루아침에 뒤집고 탈퇴 선언을 하면서 경남도의회와 그 어떤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의원들은 “박 지사가 의회에서 의결한 사안을 집행기관이 마음대로 백지화하려는 모습으로 ‘도의회’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 경남도당도 성명서를 내고 “부울경 특별연합은 초광역 협력사업들을 성공시키고 행정통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요소를 최소화시켜 안정적으로 메가시티를 이뤄내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과, 부산시당, 울산시당이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지사를 비판했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대통령 국정과제인 메가시티 추진을 집권 여당 소속 단체장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메가시티 문제 정리에 대통령 실이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김두관(양산을) 국회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2일 옥중에 있는 김경수 전 도지사의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입장을 게시했다.

김 의원 측이 공개한 김 전 지사의 옥중 서한 내용은 △연합과 통합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하나의 사업 △연합없는 통합은 기초없는 집 짓기 △부울경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을 최종목표로 특별연합부터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