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겠다 꾀꼬리
못 찾겠다 꾀꼬리
  •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 승인 2022.05.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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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5월이다. 온 산이 진녹색으로 물들고 새 소리, 아카시아 향기와 시원한 바람의 촉감이 오감을 즐겁게 하는 때다. 필자가 근무하는 건물 옆에는 나지막한 산이 있어 유난히 새들이 많다. 산비둘기, 참새, 박새, 뱁새, 꿩, 딱따구리, 직박구리, 까치, 까마귀, 후투티……. 직접 목격한 새만 해도 참 다양할 정도다. 여기에 딱 이맘때가 되면 더해지는 새 소리가 있다. 꾀꼬리 소리다.

짹짹, 깍깍, 구구구 하는 소리에 더불어 빠르게 나무를 뚫는 딱따구리 소리도 신기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새가 흔한 이곳에 매년 5월이 되면 꾀꼬리가 나타나 울기 시작한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속 자연의 효과음으로 더 익숙한 꾀꼬리 소리는 말 그대로 청아하다. 맑고 높이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예쁜 소리를 내고 있는지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곳에 근무하면서 나뭇가지에 앉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꾀꼬리를 마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분명히 소리는 들려오는데, 그 귀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말이 나왔을까.

딱 한 번, 꾀꼬리를 우연히 목격한 적은 있다. 퇴근길 운전을 하는데 몸통이 노란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몸은 온통 노란색인데 배 부분이 까맣기에 어디 페인트칠한 곳에 잘못 앉아 몸통에 까만 페인트가 묻었나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새일까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꾀꼬리였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을 목격한 것도 딱 이맘때였다. 벌써 4~5년 전 일이니, 꾀꼬리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자연의 변화를 자세히 느낀다는 건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필자는 그 말에 당당히 반박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가 아니라 내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증거라고 말이다.

지금이다. 꾀꼬리를 볼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절.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와 함께 살랑 불어오는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볼 수 있는 계절.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런 잠깐의 여유 정도는 허락할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