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처한 유기견 입양처가 ’서로 물고 뜯기고 죽는 쉼터?‘
안락사 처한 유기견 입양처가 ’서로 물고 뜯기고 죽는 쉼터?‘
진주시 입양 절차 및 사후 관리 전혀 이뤄지지 않아 ’비난‘
진주시유기견 30여 마리 쉼터에 방치,,,물림 사고로 즉사
일부 봉사자, 진주시보 유기견 입양 후원금 등 모아…사용처 불투명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2.02.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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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로 위탁 보내진 진주시보 유기견들이 방치되면서 동족 간의 서로 물어뜯다 죽는 개물림(dog bite)으로 즉사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쉼터로 위탁 보내진 진주시보 유기견들이 방치되면서 동족 간의 서로 물어뜯다 죽는 개물림(dog bite)으로 즉사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 진주신문
© 진주신문

최근 진주시유기견보호소(이하 진주시보)의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들이 입양을 가장한 사설 쉼터에 무분별하게 보내졌음에도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에는 모 쉼터로 위탁 보내진 진주시보 유기견들이 방치되면서 동족 간의 서로 물어뜯다 죽는 개물림(dog bite)으로 즉사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시가 유기견 입양 절차 시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데다 입양처 또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사후 관리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개인 봉사자들의 ’안락사만 피하면 된다‘는 단순하고 안일한 인식이 ’2차 유기‘를 일삼게 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일부 봉사자들 가운데 입양신청서에 입양자, 장소 등을 허위로 작성한 뒤, 환경이 열악하거나 동물 학대 수준의 사육을 일삼고 있는 사설 쉼터 등에 유기견을 무분별하게 보내는 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9일 진주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진주시유기견보호소(이하 진주시보)는 지난 한 해 662두의 유기견이 발생한 가운데 319두가 입양됐으며, 55두가 안락사, 43두는 자연사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지난해 입양이 완료된 319두 가운데 30여 마리가 울산에 소재한 모 사설 쉼터로 무차별하게 위탁 보내진 것이 확인됐다.

당시 입양신청서에는 입양처가 일반가정으로 허위로 작성돼 있었으며, 동물 등록 인식칩 역시 삽입이 되지 않은 채 사설 쉼터와 위탁소 등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진주시보 유기견들이 위탁되어진 울산 소재 모 사설 쉼터는 일반인에게는 안락사에 처한 유기견들을 구조하거나 입양을 추진하는 착한 시설로 알려진 반면, 실상은 달랐다.

본지가 실제로 받은 제보 영상 등에는 쉼터 내 배설물이 뒤섞인 환경에서 개들이 방치돼있는 것이 확인됐다.

진주시보 유기견들이 위탁되어진 울산 소재 모 사설 쉼터
진주시보 유기견들이 위탁되어진 울산 소재 모 사설 쉼터

더욱이 문제는 좁은 우리 내에 대형견 5~9여 마리가 과밀하게 수용돼 관리되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상주 인원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는 것.

이에 지난해 12월 말 진주시보에서 이곳 쉼터로 보내진 유기견 30여 마리 가운데 물림사고로 3마리가 연이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말이 ’쉼터'이지 사실 동물 학대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후원자들이 보내온 사료 대신 음식물 찌꺼기를 먹이는 등 후원금도 유기견을 관리하는데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보자 등에 따르면 “시설에 갇혀 있을 바에야 길거리 생활이 오히려 더 나아 보일 정도”라며 “유기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자포자기한 듯이 늘어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유기견 봉사 단체와 애견구조가 등은 사설 쉼터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오직 시민 후원금과 봉사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재정적, 공간적, 인력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사육 환경을 갖춘 곳이 있기 때문에 유기견을 맡기기 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일부 개인 봉사자들이 검증이 되지 않는 쉼터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분별하게 유기견을 보낸 행위는 자신들의 SNS 등에 입양 실적을 과시하거나, 입양을 목적으로 기부를 유치해 불쌍한 유기견들을 이용한 ‘돈벌이’를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유기견 구조 행위의 본질이 ‘동물권’을 위해 사비를 들여 유기견을 구조하는 진정한 봉사자, 구조활동가와는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유기견 후원에 동참한 시민 A씨는 ”지역에서 자신이 개인 봉사자라며 활동 중인 B씨 등이 SNS 등에 유기견들에 대한 지나친 감정을 호소하며, 동정심을 유발해 물품과 후원금을 기부해달라는 글을 수차례 기재한 것을 봤다“며 “하지만 그 후원금이 사용된 증빙자료(영수증, 통장 내역)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사)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최영 이사는 “이번 사건은 일부 개인 봉사자들이 유기견들이 안락사만 피하면 된다는 안일하고 단순한 인식이 유기견을 2차 유기로 내몰고 있다”며 “이번에도 진주시보 유기견들이 검증이 되지 않은 위탁소, 사설 쉼터 등으로 무분별하게 보내지면서 여러 마리가 물림 사고로 죽어 나갔다. 이는 사육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명백한 ‘동물 학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양의 기본원칙은 적절한 사후 관리다. 이처럼 입양에 대한 기본원칙을 위반한 사건은 ‘동물권리’에 반하는 행위”라며 “시 보호소 동물복지 수준을 우선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주시농업기술센터 농축산과 정성훈 팀장은 “올해부터는 절대 이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채용해 사후 관리를 할 예정”이라며 “현재 지난 2019년부터 입양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생된 쉼터에 보내진 유기견들과 입양자로부터 공문을 발송해 철저한 관리 감독과 사후 관리 등에 대해 책임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 봉사자가 자신의 SNS에 진주시유기견보호소 소속의 유기견에 대해 입양을 목적 으로 후원을 벌인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