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에 대한 단상
‘욕’에 대한 단상
  •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 승인 2021.10.0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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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욕이라는 글자는 아무리 봐도 예쁜 구석이라곤 없다. 가진다는 뜻을 가진 한자어이기도 하고(慾) 나쁜 말(비속어, 辱)을 가리키는 글자이기도 한데 좋은 쪽으로 쓰이기보단 나쁜 뜻으로 쓰일 때가 더 많다. 그러려고 만들어진 말은 아닐 텐데, 어쨌든 욕이라는 글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욕’이 붙는 단어를 몇 가지 떠올려 봐도 무서운 말뿐이다. 욕설, 욕망, 욕정, 물욕, 탐욕……. 사람이 살아가면서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 (그중 가장 무서운 건 아마도 식욕?) 어쨌든 사람이 갖고자 하는 그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니 슬퍼지기까지 한다.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선 누군가를 짓밟거나 망가뜨려야 하는 게 우선이 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식욕을 채우기 위해선 다른 생명체를 죽여야 하고 권력을 가지기 위해선 그 자리를 원하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찍어 눌러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갖기 위해선 처음엔 그 사람에게 모두 맞춰줄 듯 거짓말을 하지만 결국 그를 갖게 되면 원래의 나로 돌아가 내가 원하는 것부터 생각하는 게 사람이라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던가? 원하는 걸 갖는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었다니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렇게 위험하고 무서운 소유’욕(慾)’을 지닌 사람들일수록 ‘욕(慾)’이라는 글자를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 ‘욕(慾)’의 마음이 내게 ‘욕(辱)’된 일이 될 수도 있고, 온갖 거친 ‘욕설(辱說)로 돌고 돌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필자에게도 수많은 소유욕이 있다. 갖고 싶은 건 언제나 많다. 책, 고양이 용품, 시계, 카메라, 성능 좋은 PC 등 아주 많은 것들에 마음이 흔들린다. 이런 물건들 말고 또 어떤 것을 소유하고 싶어 했는지 생각해 보면,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권력, 재산, 인맥?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뻔한 스토리 같기도 하지만 이 같은 욕망이 너무 없는 삶도 썩 매력적이진 않은 듯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모자란 대로 분수에 맞게 사는 게 더욱 행복한 일 아닐까?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캐릭터는 막장드라마에서만 접하는 게 훨씬 편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