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연세대, 세계 최초 '위강 내 미생물 위 질환 유발’ 증명
경상국립대-연세대, 세계 최초 '위강 내 미생물 위 질환 유발’ 증명
무균 마우스 이용 ‘인체 위강내 미생물의 위 질환 유발 ’ 기전 밝혀
권순기 교수, “헬리코박터’만 위 질환 유발하는 것 아니다”
소화기 연구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 '거트(GUT)' 논문 발표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1.09.10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경상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권순경 교수
국립경상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권순경 교수

국내 연구진이 위강내 미생물에 의해 위암 등 위 질환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암을 발생시키는 것이 위강내에 존재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힌 것이다.

경상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권순경 교수가 속한 연세대-경상국립대 공동 연구진은, ‘위강내 미생물군집 이식(gastric microbiota transplantation; GMT)’을 통해 위암 등 위 질환자의 위강내 미생물에 의한 위 질환 유발 과정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무균 마우스를 이용해 이 같은 실험에 성공했다.

위강 내 미생물군집 이식 개념.
위강 내 미생물군집 이식 개념.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13일 소화기 연구 분야의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거트(GUT, 2020 JCR IF=23.059)에 '인간 위 미생물군집 이식은 무균 마우스에서 전암성 병변 유발(Human gastric microbiota transplantation recapitulates premalignant lesions in germ-free mice)'이라는 논문제목으로 발표됐다.

연세대학교 이용찬, 남기택, 김지현 교수와 경상국립대학교 공동연구로 추진된 이 연구에는 권순경(경상국립대학교), 박준철(연세대학교) 교수와 김광휘 박사(연세대학교)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만성위염이 진행되면서 위 상피 조직이 장 점막처럼 변화된 장상피화생(intestinal metaplasia), 위암 등 위 질환자의 미생물군집을 무균 마우스(germ-free mouse)에 이식하고 위암의 전 단계인 화생(metaplasia), 세포가 비정상 상태로 변성된 것으로서 위암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은 이형성(dysplasia) 등 전암성 병변(premalignant lesion)을 마우스에서 유도함으로써 인체 위강내 미생물이 위 질환을 유발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 냈다.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특히 최근 5년 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발생률에서 위암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같은 위암은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흡연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 외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균이 중요한 발암 요인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감염되면 만성위염,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그리고 위암 순서로 진행된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암화 과정에서 초기 단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60% 정도는 헬리코박터에 감염돼 있다. 헬리코박터 균은 병원성 유전자(cag pathogenicity island)를 보유함으로써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외에도 위강 환경에서는 ㎠당 102-105개의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는 소장(107개)이나 대장(1012)에 서식하는 미생물 수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이다.

연구진은 위암화 과정에서 미생물군집(microbiota)의 역할 및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이외에 위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미생물의 존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위강내 미생물 군집을 연구진에서 개발한 GMT 기술을 이용해 무균 마우스에 이식했다. 그 결과 장상피화생 또는 위암 환자의 위강내 미생물군집을 이식받은 마우스에서 염증과 화생 증상이 높은 비율로 관찰됐다.

또 위 질환자의 위강내 미생물 군집을 이식받은 무균 마우스를 1년 간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장상피화생 및 위암 환자의 위강내 미생물군집을 이식받은 마우스에서 높은 비율로 전암성 병변인 이형성이 진행된 현상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병변 유발에 관여하는 미생물을 추적하고자 사람과 마우스의 마이크로바이오타 정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인체 미생물군집은 마우스에 선택적으로 정착하며, 병변이 일어난 장상피화생 및 위암 환자와 이들의 위강 미생물을 이식받은 무균 마우스의 위 조직에 헤모필루스(Haemophilus), 게멜라(Gemella), 베일로넬라(Veillonella) 속에 속하는 세균이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하며, 아커만시아(Akkermansia)와 박테로이즈(Bacteroides) 세균은 적게 존재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경우 감염 환자의 위에 높은 비율로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균 마우스의 위조직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헬리코박터뿐만 아니라 위 속의 다른 미생물도 위암 등 여러 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무균 마우스를 활용해 직접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사례다.

특히, GMT를 이용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마우스에서 병변을 유도해 냄으로써 사람과 유사한 위강 미생물 환경을 보유한 새로운 동물 모델을 구축했으며,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인체 위 질환의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귀중한 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제1저자로 미생물군집 분석을 주도한 경상국립대 권 교수는 “위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하며 실제 위 질환 예방 및 치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로 나아가는데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지난 2019년 경상국립대에 부임한 권순경 교수는 미생물 유전체 및 오믹스/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20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차세대회원으로 선정되는 등 탁월한 학문적 성과로 미생물유전체학 연구 분야에서 떠오르는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