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구현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첨단기술의 구현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 승인 2021.07.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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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가마솥 무더위, 열돔 현상, 망고가 사는 날씨……. 에어컨 없이는 단 1초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요즘 날씨를 보며 몇 해 전 이맘때쯤 읽은 책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인도 연구소 공동 창립자인 켄타로의 ‘기술 중독 사회’라는 책이다. ‘첨단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책의 부제 한 줄만으로도 내용을 예측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마음을 완전히 달라지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여름휴가의 항목에 ‘독서’를 포함시킨 독자님께 강력 추천하고 싶다.

‘기술 중독 사회’를 읽은 뒤의 느낌은 한 줄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명쾌하다. 그 한 줄은 다음과 같다.

“기술을 이야기하는데 가슴이 따끔거린다.”

우리는 매 순간마다 첨단기술의 엄청난 혜택을 입으며 산다. 당장 지금 우리를 시원하게 해 주는 에어컨과 선풍기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의 휴대전화 알람,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 밤에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조명,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 등 너무도 당연한 듯 사용하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들, 심지어 사소하다고 느끼는 것들조차 첨단기술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마치 햇빛이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들에 ‘첨단’이라는 뭔가 대단한 단어가 붙어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이 ‘첨단기술’의 혜택은 모든 인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세계 인구의 70%에 달하는 빈곤층은 전기와 물 등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을 누리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70%의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빈곤층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이 아직 많은 빈곤층이 있는 개발도상국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라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흔히 알고 있는 ‘글로벌 기업’, 즉 세계 선진국의 대기업들은 지금도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자신들이 가진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짓고 사람들을 고용해 일을 시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렇게 생산한 제품을 다시 그 나라에 팔고 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첨단기술로 값싸게 만들어진 것들이 빈곤계층에게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 저렴하게 만들어진 백신은 어린 아이가 전염병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것을 막고, 유전자 조작 기술은 극한 날씨와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을 만들어 내어 기아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술 위주 사회’의 논리다. 그러나 세계에는 아직도 기본적인 기술 혜택을 받지 못해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것은 기술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저자는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기술은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 주기 때문에 주류가 되는 것이지, 원하지도 않는 가려움을 새로 만들어 내면 주류가 되지 못한다.”라는 한 줄로 기술 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만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조금은 서글픈 말처럼 들린다. 이미 모든 것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빈곤계층의 어려움 따위는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술중심주의’라고 하는데 기술중심주의는 우리가 ’전문 지식이 부족해서’ 고통을 겪는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같은 ‘기술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육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문법과 구구단 같은 지식만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의지에 좀 더 깊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기술중심주의로 인한 기술 중독사회를 극복하고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 개발을 멈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기술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담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세계 인류의 30%만을 위한 기술이 아닌, 세계 인류 모두,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인류를 위한 ‘마음’이 담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지금의 세대가 기술의 발전만을 위해 달려온 이들이라면, 우리 아이들 세대는 사람을 위한 진정한 지혜가 담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달리는 이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