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느린 걸음으로 진화하는 망경동”
[기획] “느린 걸음으로 진화하는 망경동”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1.03.30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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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동 전경.
망경동 전경.

망경동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진주시 망경동은 원도심에 위치한 보물 같은 동네다. 배건네라 불리우던 망경동은 자연발생적인 좁은 골목과 오래된 집들이 밀집된 곳이다. 한때는 낙후된 동네로 인식되어왔으나, 거점 확산형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도시계획도로가 생겨나고, 마을 곳곳에 공용주차장과 소공원이 생겨나면서 살기 좋은 마을로 변모해가고 있다. 2020년에는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었고, 구진주역재생프로젝트와 연계된 문화마을로서 또 한번의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할머니들 그림수업
할머니들 그림수업

망경동에 하나, 둘 모여드는 문화공간

망경동은 강북지역의 주류문화와는 다른 비주류 문화예술의 혼이 살아있는 동네다. 박생광화백의 생가가 강변 대나무 숲 맞은편 어딘가에 있었다고 전해지고, 마을 곳곳에 화실과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망경동에는 뉴트로 감성의 볼거리, 즐길거리가 하나, 둘 더해지고 있어 문화마을로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그 중 ‘도시달팽이’의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서로 다른 공동체 활동이 어우러진 도시달팽이

도시달팽이는 2017년부터 이태곤. 한정희 부부가 만들어가는 공방카페의 이름이다. 이들 부부는 일상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각각의 커뮤니티 활동의 결과들이 지역의 고유한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현재는 도시달팽이 1,2호 두곳에 도시달팽이, 소담공방, 지역쓰담, 소소책방, 아트빈커피 등이 입주해 있으며, 지역에 대한 기록활동, 독서모임, 그림모임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들이 이루어져 오고 있다.

도시달팽이 1,2호점.
도시달팽이 1,2호점.

시작은 작게, 속도는 느리게, 중심은 사람

도시달팽이이 대표는 “공방과 카페를 운영하며 비슷한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을 바랬고, 운 좋게도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도시달팽이 공간을 찾아주는 사람들 중 몇몇의 중요한 인물들이 있다. 그분들이 모든 활동의 주축이고 기획자이고 운영자이며 참여자들이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박승훈 선생님으로부터 모임을 형성하자는 제안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설명했다.

지역민이 만들어가는 마을문화

도시달팽이를 중심으로 이뤄져온 이런 활동들은 지난 해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한 ‘지역공동체 활동 우수사례’로 장관상을 수상 했으며, 그동안의 활동결과들과 참여자들의 힘이 모아져 ‘진주 마을여행지도_강남편’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지역쓰담(권영란 대표)]이 주관한 ‘망경동 책방시장’이 열리기도 했고, [꿈그린달팽이] 그림모임 멤버들의 ‘우리동네 그림전시회’, 박조건형.김비작가를 비롯한 몇 차례의 북토크가 이루어졌다. 동네 어르신들의 그림모임인 ‘배건네그림모임’과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인 [배건네공작소]에서는 동네굿즈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배건네공작소(도시재생 역량강화)
배건네공작소(도시재생 역량강화)

주민이 만든 마을여행지도의 의미

진주 마을여행지도 강남편에는 망경동에 터를 잡고 사는 주민과 지역 공동체가 수년 동안 모은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이 있고, 몇 년을 지내온 망경동이기에 짧은 기간 안에 완성은 할 수 있었다. 매순간 변해가고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았다고는 자신 할 수 없다. 그래도, 시작이 있고 몇 달 혹은 일 년에 한번 씩이라도 지도를 만들어간다면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크게 아쉬운 건 없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망경동 뿐 아니라 진주의 곳곳을 마을단위로 나눠 지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지도에는 수치지형도를 기반으로 공간, 음식점·주점, 카페·디저트, 문화·체험, 숙박 등 망경동의 문화가 있는 일상 공간들은 물론 배건네 마을을 즐기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오래된 배건네 마을의 미래

마을여행지도에는 망경동에 위치한 음식점·주점, 카페·디저트, 문화·체험, 숙박 등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공간들을 소개하고, 조경국작가가 추천하는 ‘책방투어’, ‘권영란 작가’의 ‘강남지구 1일사용법’, 정경원 감성농부의 ‘자전거 투어’ 등 망경동마을을 즐기는 방법이 담겨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마을여행 방법들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하고 싶고, 재밌고, 좋은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것보다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족하고, 느리고, 때론 이루지 못해도 달팽이 걸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도시달팽이가 꿈꾸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