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미투를 보며
학교폭력 미투를 보며
  •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 승인 2021.03.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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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최근 유명인의 학교폭력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인기 스포츠 스타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피해 사례 공개는 연예계로까지 번져 많은 이들이 해명, 사과, 반박이라는 상반된 대응을 내놓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되면 사실 여부를 떠나 몇 년 동안 쌓은 유명세는 단번에 무너지고 팬이었던 사람들에게마저도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이 같은 모습을 보며 얼마 전 TV에서 본 장면을 떠올렸다. 한 남자가 매일 밤 공중전화에서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건다. 공중전화 부스를 옮겨 가며 하루 백 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상대방이 받으면 끊기를 반복한다. 상대방이 전화번호를 바꿔도 귀신같이 알고 또 전화를 건다. 언뜻 스토킹 피해 사례처럼 보였지만 집요하게 전화를 거는 남자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전화를 거는 상대방이 십수 년 전 학교폭력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동창생이었다는 것이다.

졸업을 하고 가해자와 멀어진 뒤에도 학교폭력을 당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사과를 받고 싶어 계속 전화를 건다고 했다. 그에게 필요한 건 그때 정말 잘못했다는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였지만 막상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과거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도리어 현재 당하고 있는 일에 대한 피해를 더 크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TV를 보는 내내 밤부터 새벽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화벨 소리와 친구에게 당한 폭력 둘 중 무엇이 더 괴로운지 그 무게를 비교해 보려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보면 거의 모든 순간에 친구가 있다. 친밀함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종일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부대끼고 살아간 이들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그 추억이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것이 또 있을까. 친구라고 생각했던 또래에게 당하는 육체적, 정신적 폭력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 미투(me too)를 통해 그간의 억울함을 세상에 드러낸다 해도, 이를 통해 가해자로부터 뒤늦은 사과를 받아낸다 해도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학교폭력 미투 사태를 보며 누군가는 다 지나간 옛일을 왜 이제야 끄집어내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당시에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때 바로 해결할 수 있을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학교폭력은 발생해서도 안 되지만 발생했을 때 즉시 문제를 알리고 해결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즉시 해결되는 문제라면 발생률도 현저히 줄이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의 피해를 오래도록 마음의 상처로 품을 일도 없어지지 않을까. 이번 학교폭력 미투 사례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 가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