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경찰청 서부권 광역과학수사팀 박병준 현장감식전문수사관
경남지방경찰청 서부권 광역과학수사팀 박병준 현장감식전문수사관
과학수사는 사건 해결의 열쇠…현장에서 ‘증거’를 찾는다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0.11.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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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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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준 수사관은 1999년 경찰에 입문한 후 2006년부터 과학수사 업무를 맡고 있는 15년 차의 베테랑 수사관이다.

과거 강력범죄사건의 경우 형사의 '촉'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형사의 열정과 발전된 과학수사가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과학수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수사관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과학수사팀 박병준 수사관은 진주에서 발생하는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과 변사사건, 재물손괴와 같은 과학수사가 필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출동한다.

베테랑인 박 수사관과는 달리 신입이나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수사관들은 변사사건을 처리한 후 심리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명감을 가지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박 수사관은 “고독사나 변사사건은 날씨가 따뜻하거나 시간이 많이 지나면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게 된다. 또 살인 사건의 경우 현장이 참혹하다. 하지만 현장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것이 경찰의 역할이다. 어려움이 많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수사 기법 가운데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가 ‘혈흔형태분석’이다.

박 수사관은 지난 2015년 하동에서 발생했던 존속살인 사건을 예로 들었다. 박 수사관에 따르면 당시 남편과 아내는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고 있었고 현장에는 그들의 아들도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몸싸움 도중 넘어지면서 식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아들도 엄마와 같은 진술을 했다. 수사관들은 부부싸움 중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을 분석한 박 수사관은 혈흔(血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통 이런 사건의 경우 식탁에 ‘고인혈’이 있어야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천장에서 혈흔 자국이 발견됐다. 날아서 흩어져 떨어진 혈흔. 비산혈흔(飛散血痕)이다.

이는 둔기로 내려쳤을 때 발견되는 혈흔이다. 비산혈흔을 발견한 수사팀은 이 사건이 부부싸움 도중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정밀감식에 들어갔고 현장에 있던 여러 가지 형태의 혈흔을 분석해 숨진 남편에 둔기에 맞아 숨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아내와 아들을 추궁한 결과, 아들이 거실 러닝머신 위에 있던 아령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내려쳤고 그 충격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장의 혈흔은 누가 범인인지, 범행도구는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박 수사관은 “혈흔 분석 등 과학수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하동 존속살인 사건처럼 과학수사가 없었다면 사건은 그렇게 묻혔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수사관은 “현장에 숨겨진 ‘사건의 증거’를 찾는 것이 과학수사이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기는데 그 흔적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며 “증거를 찾아 형사들에게 인계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수사도 예전에는 지문에만 의존할 정도로, 장비와 시스템이 열악했다. 하지만 첨단장비를 이용해 사건을 분석하는 등 나날이 발전을 하고 있다”며 “업무 강도가 높고 위험과 심리적 고통이 뒤따르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수사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열정과 패기를 갖고 수사를 하면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 수사관은 “미국의 경우 과학수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교육, 연구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다. 이 점이 빨리 보완됐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