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표 화가, 모모미술관에서 7회 개인전
김상표 화가, 모모미술관에서 7회 개인전
춤, 그 ‘기쁨의 저항’ 방식으로 인간 실존을 노래하다
  • 문평규 기자
  • 승인 2020.11.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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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2: 김상표_EROS2_캔버스에 유채_193.9×390.9cm_2020 (사진제공=경남과학기술대학교)
Caption2: 김상표_EROS2_캔버스에 유채_193.9×390.9cm_2020 (사진제공=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인 김상표 화가는 삼례문화예술촌(대표 심가영심〮가희) 모모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7회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동안 ‘존재론적 물음으로서 얼굴성’이란 주제에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던 그가 이제 신체성 전체로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퍼포먼스 방식의 도발적인 그리기를 실험한 전시이다. 그래서 그가 들고나온 이번 전시회의 제목이 ‘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이다.

기존의 회화적 코드를 완전히 벗어난 방식으로 그려진,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의 원초적 몸짓들이 전시장 전체를 열기로 꽉 채우고 있다. 대체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함이 몰아친다.

인간 실존의 모습을 담은 100호 이상의 대작 31점이 아나키즘, EROS, 디오니소스춤, 푸른난장 등의 제목을 달고 있지만 그것은 그저 상징화의 기표에 불과한 듯하다.

인간의 영원한 그리움, 그 대상을 무엇이라 칭하든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아니 도달하기에는 위험천만한 그 무엇에 대한 탐닉과 좌절 그리고 죽음의 환영들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이 파고든다.

저항할 틈도 없이 사회적 코드에 길든 육체를 훌훌 벗어던지고 아나키즘적 욕망의 떨림 속으로 관객도 함께 빨려 들어간다. 그림, 음악, 춤이 모호하게 혼재된 방식으로 형상화된 그림-사건이 우리를 감각과 사유의 매끄러운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자기 안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카오스를 온몸으로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는 수행성 그 자체인 예술 활동이 김상표의 그림-사건이기 때문이다.

동일성(재현)에 포박된 삶을 살아왔던 관념의 노예로서의 삶을 내던지고 오직 몸 그 자체에 자신을 내맡긴 채 몸이 그 스스로 찾아가는 그리기의 궤적을 좇아갈 뿐, 어떤 의도도 목적도 계획도 배제한 그림이 김상표 작가의 회화이다. 우발적이고 즉발적으로 펼치는 회화적 퍼포먼스, 한마디로 그의 그림은 비회화의 회화이다.

김상표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자신의 회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결과물 없는 결과이자 몸에 기입된 권력을 지워가는 자기 극복의 과정이다. 차이와 다양성의 생성 놀이이자 원초적 생명으로 복귀하는 운동으로서 다의적 의미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나의 회화이다. 이러한 수행성으로의 화가-되기 과정을 통해 나의 몸은 무거운 짐을 벗는다. 재현에 포박되어 있는 그림-기계이기를 거부하고 수많은 변신을 거듭하는 삶의 기계임을 선포한다.”

기존의 회화 문법에는 전혀 포획되지 않은 채 애매함과 모호함으로 가득 채워진 김상표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원초적 불안정성을 경험한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정체성이 해체되고 신체의 무정부성만이 움터온다.

그야말로 무법과 혼돈의 경계이다 우리는 갈 곳 잃어 울부짖는 한 마리 짐승으로 의미의 세계를 상실한 태초의 한 인간으로 어쩌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독자인 신으로 고독하게 서 있는 원초적 경험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이것이 김상표 회화의 정치적 효과이다.

그렇다면 회화=퍼포먼스라는 무모한 회화적 모험을 감행하는 김상표 화가는 누구인가? 그림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상표 작가의 회화적 퍼포먼스는 올해 6월 22일 KBS 문화스케치에 ‘얼굴없는얼굴 화가 김상표’라는 제목의 다큐로 방송돼 이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밖의 여러 대중매체에서도 경영학, 철학, 예술 세 분야를 가로지르는 그의 독특한 삶을 조명한 바 있다. 그에게 삶의 모토를 묻자, ‘인생의 의미는 모험이다(The meaning of life is adventure)’라는 거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화가가 되기 이전에 그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서 20년간 재직하면서 창업대학원장까지 역임한 경영학자이자 선구적으로 인문학과 경영학을 통섭하는 과목을 학부와 대학원에 개설한 경영철학자이다.

그가 저술한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김영진과 공저) 책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간된 전문적인 경영철학 저술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에 학술원의 사회과학분야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학문적 경력의 소유자가 정년을 9년이나 남겨두고 명예퇴직한 후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가졌던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을 예술로 풀어내는 '화가-되기'의 모험을 선언한 것이다.

올해 3월에 명예퇴직 기념전을 겸한 5회 개인전에서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라는 저서를 통해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화가로서의 고유한 문제의식을 세상에 알렸다.

이제 그는 예술로 철학 하는 경영자로서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라는 다섯 가지 관념에 조직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모모미술관은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 (후정리 247-1번지) 삼례문화예술촌 내에 있다. 문의 070-8915-8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