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표 경남과기대 교수,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 출판
김상표 경남과기대 교수,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 출판
‘관념의 모험’ 시리즈 중 제1권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에 이어 제 2권 발행
‘경영, 철학, 예술’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삶의 스타일을 창안
  • 최하늘 기자
  • 승인 2020.01.02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 책 표지(왼쪽). 저자 김상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오른쪽) (사진제공=경남과학기술대학교)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 책 표지(왼쪽). 저자 김상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오른쪽) (사진제공=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자인 김상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철학자인 김영진 대구대학교 교수와 함께 21세기 문명화의 방향을 깊이 성찰하는 경영철학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서구 철학은 학교가 아니라 시장에서 생겨났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철학을 젊은이들이 사게 만들도록 열정을 다해서 유혹하고 설득했던 장소 또한 바로 시장이다. 21세기에 철학과 시장이 만난다면 어떤 방식이 돼야 할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남의 소산물이다. 학교에서 관념을 철저히 사유하는 곳이 철학이라면,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곳이 경영학이다. 철학자는 자신의 일부를 경영학자에게서 찾았고, 경영학자는 자신의 바람을 철학자에게서 발견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경영철학을 탄생시켰다.

경영철학이란 묵직한 제목을 붙인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장은 무엇일까? 기업인의 성공 동기가 역설적으로 ‘세상을 괴롭히고 있는 주기적인 불경기’를 가져온다.

단지 기업가는 성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는 비참한 몰락을 가져온다는 것이 화이트헤드의 주장이다. 자본주의 체제와 기업공동체 그리고 인간이 파국을 피하면서 21세기 새로운 문명화를 위한 길을 찾아낼 수는 없을까? 10여 년 전 저자들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긴 고민의 터널 끝에서 아래 글귀가 저자들을 구원해줬다. “사회가 문명화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성원이 다섯 가지의 관념, 즉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이다” 저자들은 이 경구를 등대로 그리고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과정패러다임을 벗으로 삼아 기업공동체가 관념과 실천의 모험을 통해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조적 전진을 이루어갈 수 있는 조건을 규명하려고 시도했다.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는 철학과 조직이론에서 과정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와 그러한 추세의 국제적인 동향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저자들이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두 서구 지성과 우정을 나누면서, 과정철학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을 나름대로 새롭게 해석한 대목은 매우 독창적이다.

이어서 3, 4, 5부에서는 과정패러다임을 기업공동체에 적용한 새로운 모델을 과정공동체(process-community)로 명명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탐색한다. 창조성, 아름다움과 예술, 모험, 평화 이 다섯 가지 관념을 구현하는 공동체가 저 멀리 있어서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이미 우리 곁에 헤테로피아로서 나란히 실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영학의 대가 노나카가 개발한 사례들을 나름의 관점으로 분석한 내용뿐만 아니라 직접 들여다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에 대한 저자들의 독특한 시선이 담겨있다.

6부는 과정공동체에 대한 저자들의 논의를 정리한 글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7부는 21세기 조직화 패러다임을 향한 관념의 모험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역설경영, 합생적 기업가정신, 프로네시스, 가추법, 느낌의 윤리 등 기업경영에서는 낯설고 새로운 개념들을 가지고 독자들을 유혹한다. 유혹은 강렬하지만 독서를 위해서는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을 넘어갈 때처럼 인내가 필요하다.

책을 얼핏 들여다보면 이 책의 주장이 유토피아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들은 과정공동체가 지금 여기서 진행 중인 과정적 실재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이 이 책을 헌정하고 있는 한살림 협동조합 운동의 창시자,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을 비롯해 자유롭고 평등한 기업공동체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했던 노동자 전태일과 조영래 변호사,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했던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 등에 이르기까지 이미 우리들은 과정공동체를 꿈꾸었던 많은 선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삶을 양태와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므로, 과정공동체를 향한 이와 같은 다양한 시선의 차이를 공존시킬 필요가 있다. 이 책이 이 시대에 헤테로피아의 창조적 진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의 관념과 실천의 모험에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기를, 저자들은 진심으로 희망한다.

김상표 교수는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잠시 일했으며 University of Maryland에 Visiting Scholar로 1년 동안 머물렀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는 같은 대학의 창업대학원장과 창업지원단장을 역임했다. ㈜수다지안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으며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화가로서도 얼굴성을 통해 회화의 진리를 묻는 방식으로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2020년 3월에 갤러리이즈에서 5회 개인전 ‘나르시스 칸타타’가 예정되어 있다. 저서로는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2019)가 있다.

솔과학刊, 3만5000원, 오는 9일 출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