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에 대한 단상

2021-10-04     박도영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구성작가

욕이라는 글자는 아무리 봐도 예쁜 구석이라곤 없다. 가진다는 뜻을 가진 한자어이기도 하고(慾) 나쁜 말(비속어, 辱)을 가리키는 글자이기도 한데 좋은 쪽으로 쓰이기보단 나쁜 뜻으로 쓰일 때가 더 많다. 그러려고 만들어진 말은 아닐 텐데, 어쨌든 욕이라는 글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욕’이 붙는 단어를 몇 가지 떠올려 봐도 무서운 말뿐이다. 욕설, 욕망, 욕정, 물욕, 탐욕……. 사람이 살아가면서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 (그중 가장 무서운 건 아마도 식욕?) 어쨌든 사람이 갖고자 하는 그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니 슬퍼지기까지 한다.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선 누군가를 짓밟거나 망가뜨려야 하는 게 우선이 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식욕을 채우기 위해선 다른 생명체를 죽여야 하고 권력을 가지기 위해선 그 자리를 원하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찍어 눌러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갖기 위해선 처음엔 그 사람에게 모두 맞춰줄 듯 거짓말을 하지만 결국 그를 갖게 되면 원래의 나로 돌아가 내가 원하는 것부터 생각하는 게 사람이라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던가? 원하는 걸 갖는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었다니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렇게 위험하고 무서운 소유’욕(慾)’을 지닌 사람들일수록 ‘욕(慾)’이라는 글자를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 ‘욕(慾)’의 마음이 내게 ‘욕(辱)’된 일이 될 수도 있고, 온갖 거친 ‘욕설(辱說)로 돌고 돌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필자에게도 수많은 소유욕이 있다. 갖고 싶은 건 언제나 많다. 책, 고양이 용품, 시계, 카메라, 성능 좋은 PC 등 아주 많은 것들에 마음이 흔들린다. 이런 물건들 말고 또 어떤 것을 소유하고 싶어 했는지 생각해 보면,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권력, 재산, 인맥?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뻔한 스토리 같기도 하지만 이 같은 욕망이 너무 없는 삶도 썩 매력적이진 않은 듯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모자란 대로 분수에 맞게 사는 게 더욱 행복한 일 아닐까?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캐릭터는 막장드라마에서만 접하는 게 훨씬 편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한다.